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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질기의(護嫉忌醫)가 overshare를 만날 때

조회 수 1602 추천 수 0 2009.01.02 20:48:28
호질기의(護嫉忌醫)가 overshare를 만날 때
 “병이 있음에도 의사에게 보여주길 꺼린다”는 뜻의 호질기의(護嫉忌醫)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되었단다. 교수신문이 주요 칼럼니스트, 학회장에 물어 얻은 답이라고 한다. 한편 회사원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은인자중(隱忍自重)을 뽑았다고 한다. 2008년의 고단한 삶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할까.


우리에게 사전으로 널리 알려진 웹스터(Webster) 사도 해마다 연말에 ‘올해의 단어’를 선정한다. 아직 사전에 등재되지 않았지만 널리 사용된 단어 중에서 뽑는다고 한다. 웹스터 사가 5개의 단어를 선정해 올리고, 독자들이 투표를 통해 하나를 선택한다. 서구는 올해 어떤 용어를 뽑아 세상의 어떤 단면을 보여주고 있을까. 웹스터가 올린 올해의 새로운 단어 후보 5개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leisure sickness”. 한국 말로 번역하면 “휴식 멀미”쯤 될까. 하도 일을 열심히 해서 휴식을 하게 되면 어지럼증이 나거나 멀미를 앓는다는 말일 것 같다. 높아진 노동 강도 앞에서 휴식이 두려운 사람들이 나타났다는 증거인 것 같아 무섭기까지 하다. 아예 일자리 없이 놀게 될까봐 목숨을 걸고 일하며 쉴 줄 모르는 인간형이 등장한 이 시대를 보여주는 참으로 듣기 싫은 단어다.


두 번째 새로운 용어는 “overshare”다. 인터넷 용어인데 인터넷 사용자들이 자신들이 의도한 것 보다 과잉으로 자신의 정보를 다른 사람과 나누고 있다는 말이다. “과잉공유”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자신에 대한 정보의 양을 한번쯤 떠올려보게 하는 단어다. 궁금한 분들은 검색의 최고봉이라 할 구글에 들어가 자신의 이름을 한번 두들겨 보시라 (하기야 요즘은 영어권에서 정보 검색한다는 말을 아예 googling이라고 한단다).


세 번째 단어는 조금 어렵다. cyberchondriac (싸이버-콘드리-악). 이는 있지도 않은 병을 인터넷 등에서 찾아내 그를 두려워하는 그런 사람들을 가리킨다. 원래 병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상상의 병으로 고민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니 어쨌튼 우리는 위험한 사회를 살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한 듯 하다. 이 또한 인터넷과 관련된 용어이니 우리 생활에서 인터넷은 빠질 수 없는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된 셈이고. 


네 번째 새로운 단어는 “selective ignorance"다. 요즘 젊은 층에서는 ”씹는다“는 말을 많이 하고 있던데 그 정도로 번역되지 않을까. 보낸 이 메일이나 핸드펀 문자 혹은 전화를  무시하는 경우를 ”씹는다“고 말하는데 인터넷상으로 보낸 문자를 의도적으로 열어보지도 않고 지워버리는 그런 경우를 지칭하기 위해 이 용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이 역시 인터넷 용어다. 


다섯번째로 “youthanasia"가 뽑혔다. 젊게 보이려고 펼치는 노력을 뜻하는 말이다. ”동안강박증“ 정도라고 할까. 우리 사회에서도 동안이라고 말해주면 좋은 인사말이 될 정도이니 동안강박증은 과히 나쁜 것으로만 말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지나친 성형이나 약물주입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주위엔 많으니 사람들의 맘을 편하게 해주는 단어만은 아닌 것 같다.


이 다섯 용어중 올해의 새로운 단어로는 ..... 뚜구뚜구뚜구뚜구뚜구...... “overshare"가 선정됐다. 인터넷 상에 너무 많이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둥둥 떠다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알아볼 것을 권유하는 듯하다. 그러나 다픈 면으로도 한번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자기 표현의 욕구에 한번 걸어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인터넷이 일상화된 사람들에게 있어 자기 표현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이월드나 마이스페이스에 자신의 사진을 싣고, 친구들을 공개하고, 일기까지 드러내는 일을 보면 정말 그렇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알리고, 그를 통해 다른 이와 소통하고 싶은 욕망일 터이다. 그래서 그것이 과히 싫어보이지만은 않다. 자신을 안으로 숨기며 꿍해있던 과거 사람들에 비하면 밝고, 편하다는 느낌도 전해준다.


위에 선정된 5개 용어 중 3개가 인터넷과 연관이 있다. 그 만큼 생활의 중심에 인터넷이 들어와 있고 그를 통해 소통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 시대의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숨기라고 혹은 닫아두라고 말하는 것은 고통을 주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과잉이라 할 만큼 사람들은 자신을 드러내고, 남과 나누고 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가. 한국에서는 정보 욕망을 반대하며 발호하는 세력이 오히려 더 힘을 쓰고 있다. 젊은 기운과 인터넷 기운을 무서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특정 세력의 입만 염려하고, 그들에게는 새로운 입을 더 붙여주려 하고, 맘껏 표현하려는 힘없고, 돈없는 자들의 입은 닫아두려는 선택적 무시(selective ignorance)를 감행하고 있다. 있지도 않을 병을 무서워 해 입을 봉해버리려는 cyberchondriac 증세가 만연해 보인다.


만국공통처럼 되어버린 정보 욕망의 시대건만 유독 이 땅에서는 그를 차단하고 특정 흐름만 허용하겠다는 언설이 난무한다. 정의를 향한 토론은 거세되고, 꽉 짜여진 계획언설들만 정의 행세를 한다. 성탄 아래 대중들의 입가에 캐롤대신 ‘미쳤어’라는 노래가 더 흥얼거려지고 있음은 어쩌면 대중들의 영리한 선택적 무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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