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008년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병을 숨기면서 의사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호질기의(護疾忌醫)’를 선정했던 <교수신문>이 ‘2009년 희망의 사자성어’로 ‘화합하되 소신 없이 남을 따르지 않는다’는 의미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을 꼽았다.
이는 <교수신문이> 지난해 12월 8일부터 16일까지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 180명 가운데 39%가 ‘화이부동’을 2009년 희망의 사자성어로 꼽은 데 따른 것이다.
‘화이부동’은 공자가 <논어>의 ‘자로’편에서 “군자는 화이부동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고 말한 데서 비롯된 사자성어다. 이 말은 이후 평화와 공존을 강조하는 말로 널리 쓰이고 있다.
<교수신문>에 따르면, 이 말을 ‘희망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윤재민 고려대 교수(한문학)는 “군자들의 사귐은 서로 진심으로 어울려 조화롭지만 그렇다고 의리를 굽혀서까지 모든 견해에 ‘같게 되기’를 구하지는 않는 데 반해, 소인배들의 사귐은 이해가 같다면 의리를 굽혀서까지 ‘같게 되기’를 구하지만 서로 진심으로 어울려 조화롭지는 못하다고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윤 교수는 이어 “지난해 2008년에는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불화가 많은 한 해였는데 어려움이 클수록 덧셈 정치를 해야 한다”면서 “이는 정치·경제·사회적 강자와 약자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에도 적용되는 것”이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응답자들 중 송순재 감리교신학대 교수(교육학)는 “우리 사회의 진정한 발전은 서로 경청하고 협력하는 것”이라면서 “현재 첨예화된 계층 분화과정과 경쟁 이데올로기, 냉전 이데올로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정신”이라면서 ‘화이부동’을 ‘희망의 사자성어’로 꼽은 이유를 설명했다.
배윤기 부산대 교수(영문학)교수도 “차이를 서로 존중할 수 있는 인식과 태도가 정착돼야 지금보다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신문>은 “특히 경제난국을 극복하는 마음가짐으로 화이부동이 적절하다는 응답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헌석 성신여대 교수(경영학)는 “기존의 지역 간 갈등으로부터 이념·남북 갈등이 극한에 이르렀고 계층 간 갈등도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면서 “현재 경제 위기를 돌파하는 길은 모두가 힘을 모으는 방법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화이부동’ 외에도 ‘장수가 모든 군사와 고락을 함께 한다’는 의미의 ‘단투천(簞投川)’이 19%, 쓸 만한 사람을 쓰고 공경할 만한 사람을 공경한다는 ‘용용지지(庸庸祗祗)’가 17%, 깊은 못에 임하듯이, 얇은 얼음을 밟듯이 조심하라는 뜻의 ‘여리박빙(如履薄氷)’이 14%, 천지는 영원하다는 ‘천장지구(天長地久)’가 7%에 이르는 응답자들에 의해 올해 희망의 사자성어로 선택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