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양 어깨에 지게를 지고 물을 날랐습니다.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하나씩의 항아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왼쪽 항아리는 금이 간 항아리였습니다. 물을 가득 채워서 출발했지만, 집에 오면 왼쪽 항아리의 물은 반쯤 비어 있었습니다. 금이 갔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오른쪽 항아리는 가득찬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왼쪽 항아리는 너무 미안한 마음에 주인에게 요청했습니다. "주인님! 나 때문에 항상 일을 두 번씩 하는 것 같아서 죄송해요. 금이 간 나 같은 항아리는 버려 버리시고 새 것으로 쓰세요."

주인이 금이 간 항아리에게 말합니다. "나도 네가 금이 간 항아리라는 것을 알고 있단다. 네가 금이 간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바꾸지 않고 있단다. 우리가 지나온 길 양쪽을 바라보아라. 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오른쪽 길에는 거의 생명이 살지 못하지만, 물을 흘린 왼쪽에는 아름다운 꽃과 풀이 이렇게 무성하게 자라고 있지 않니? 비록 너는 금이 갔지만, 너로 인해서 많은 생명이 자라나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니? 나는 그 생명을 보며 즐긴단다. 사람들은 완벽함을 추구하다가 자신의 금이 간 모습을 수치스럽게 여기고, 어떤 때는 자신을 가치 없는 존재로 여겨 낙심에 빠질 때도 있단다. 또 남과 비교하여 끊임없이 열등감에 빠지기도 한단다. 그러나 오히려 세상이 삭막하게 만드는 것은 금이 간 인생 때문이 아니라 자기만 아는 완벽한 사람들 때문이란다. 그래서 난 부족함도 사랑한단다."